외암골 눈꽃동이 반과 함께

논으로 여행을(?) 떠나요

수만김 2012. 7. 3. 16:59

  무슨 제목이 '논으로 여행~'을 떠나느냐고 의아해 하겠지만, 여름이 뜨겁게 시작하는 7월 3일 화요일, 우리 외암골 4학년 아이들은 진짜루 학교 개울 건너 평촌리 달팽이농법으로 벼농사를 짓는 논으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소풍)을 떠나기 전 누구나 설레듯 우리 아이들은 학교 앞 논으로 ‘수서생태’ 체험학습을 가는데도 여느 때와 달리 아침부터 들떠 이리저리 뛰어놀고 운동장에서 야구와 축구를 하고 있었다. 다른 때는 학교 오자마자 휴대폰과 일기장을 담임 책상 위에 내고 8시 30분 부터는 해야 할 아침활동이 있는데도 떠들고 담임은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그래 이해하자. 논으로 여행을 떠나는 날인데 이것, 저것, 해라 하면 나도 싫겠다.” 는 생각이 들어 내버려두었다.

  시간이 되어 간단하게 교실에서 논의 생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학교앞 동네 평촌리 논으로 떠났다. 논길 양옆으로는 하이얀 망초꽃이 예쁘게 하늘하늘 우리 개구쟁이들을 맞이해주고 있었다. 그냥 지나치면 한갓 잡초 일뿐인 (개)망초가 예쁘다는 느낌은 실제로 파란 벼가 자라고 있는 그 길을 지난다면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논두렁에는 중간 중간에 분홍색 메꽃과 벼잎에는 빨간 딸기(우렁이 알) 같은 것이 피어있었고 우렁이들이 깔려 있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우렁이 알을 설명하려고(잘난 체 좀 하려)했더니 우리 아이들은 대부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메꽃과 망초꽃은 잘 몰랐다. 수 해 전부터 집에 큰 어항 두 개가 있어 민물고기(붕어, 버들치)와 민물새우를 키웠었는데 어항에 우렁이를 넣어 키우던 때가 생각났다. 어느 날 어항의 물 윗부분 유리면에 그 동안 보지 못했던 것이 붙어 있었다. 그것도 마치 산딸기 모양의 예쁜 분홍색 열매처럼. 그 날 내 무식이 탈로 났다. 무얼까? 신기해 하나를 떼서 손가락으로 으깨어 보았다. 느낌이 이상했다. 아차! 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수십 개의 우렁이 새끼를 죽였으니. 우렁이 알이 어떻게 생겼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 본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남은 한 덩이 알이 잘 부하하여 어항에는 온통 우렁이로 가득했던. 또 얼마 전 학교 앞 냇가에서 수서생태 체험학습하면서 잡은 얼룩동사리(구구리)를 잡아 관찰하고 놓아 줄 것을 욕심을 부리고  집에 키워보겠다고 치어부터 4년이나 큰 버들치 어항에 넣어줘 보았다. 처음에는 버들치들이 긴장해 활발하게 움직여 걱정이 없었는데 사흘정도 지나고 구구리의 배고픔에 그 긴장도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 어항은 구구리 차지가 되었다. 그리고 마눌님에게 무지무지 지천구(꾸중)를 들었다. 오늘 우리 아이들 체험학습 이야기하려다 삼천포로 빠져버렸군요.

체험학습 장소에는 미리 천막을 치고 모든 준비를 해놓고 기다리시는 세 분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본격적으로 논으로 들어갔다. 마지막 주의사항(벼 밟으면 벼 주인의 마음이 너무 아프다.) 때문인지 논으로 들어가려는 아이들이 선뜻 나타나지 않았다. 드디어 우리 반 제2 야생 도형이가 거머리를 발견하고 논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거머리를 손에 들고 소리쳤다. “거머리 잡았다!” 마치 심마니가 “심봤다!” 소리 지르는 것 같은. 나도 양말을 벗고 아이들을 뒤따라 논둑으로 갔다. 오랜만에 맨발로 밟아보는 그 촉감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시원하면서 미끈미끈한 감촉! 주저주저하던 아이들도 이제 본격적으로 논으로 들어갔다. 논에는 우리 어렸을 적 논처럼 거머리가 즐비하고 풀들이 우렁이이게 먹히고 있었다. 진짜 살아있는 논이었다. 진한 농약을 쳤다면 감히 볼 수 없는 풍광(?)이었다. 재현이가 논에 들어가는 것이 두려운지 자기 짝을 외면하고 논둑으로만 배외하고 있어 협박을 했더니 한 발을 살짝 담가 보더니 바로 다시 빼버렸다. “그래, 재현이 같은 아이들도 있구나.” 논의 살아있는 것들을 발견하고 뜰채로 잡다보니 주의사항은 아랑곳 하지 않고 올챙이, 물자라, 물매암이, 물땡땡이, 잠자리유충, 깔따구 유충 등 수많은 수서생물을 사냥하고 마지막 전시장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발에 밟히는 벼들이 많이 있었다. 다행이 남겨 놓은 모가 있어 모 때우기를 오랜만에 해보았다. 30여명이 잡은 수서곤충들은 무지 많았다. 수서곤충의 백화점처럼. 자신들이 잡은 것들을 루페로 관찰하고 어떤 놈(우리반 도형이가 주범)들은 튼실한 거머리를 자기 살에 대보고 피를 빨아보라고 한다. 이런 장면을 언제 보았던가? 우리 어렸을 적 모습이 아니던가? 거머리가 우리 아이들 장난감이 되어버렸다. 실컷 관찰하고 대충 씻고 학교로 출발하였다. 그러나 보통 출발이 아니었다. 1톤 트럭을 타고 청룡열차 체험이 오늘 체험학습의 절정이었다. 오늘 체험학습 강사인 샘의 봉사로 에버랜드의 롤러코스터는 저리 가라는 모험을 체험하게 해주셨다.

  학교에 돌아와 보고서를 썼는데 금방 체험여서 그런지 체험학습 보고서 용지를 꽉꽉 채우지 못한 아이들이 없었다. 그렇게 쓰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인데. 오늘 활동한 사진을 모니터로 보면서 너무 행복한 ‘논으로 가는 여행’이 마무리 되었다.

 

 

진짜 예쁜 망초꽃들이 논길 양옆으로

그 길을 우리는 걸었다.

산딸기 같은 우렁이 알

논둑에 핀 메꽃

잡초 가득한 논

도형이가 드디어 발견했다. 무엇을 ? 거머리를! 

하나 둘 논으로 여행을~

살이 통통한 거머리

나도 잡아야지!

논으로 여행을 다녀온 우리들의 다리 모습

알을 잔뜩 업은 숫놈 물자라 

밟힌 벼 ! 미안!  

거머리가 장난감이되어~ 

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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